[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副題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중앙북스, 2025년 11월, 볼륨 278쪽.

‘바람의 딸’ 이라는 애칭을 가진 한비야 님의 책입니다. 작가, 전세계 105개국 이상을 여행한 여행가,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국제 구호활동가이자, 이화여대 국제학과 초빙교수로 14년 이상을 강의해온 교수님입니다. 1958년생으로 진즉 경로우대(지공 : 지하철 공짜)에 해당되는 나이가 되었고, 60세인 2017년 외국인 배우자(안톤)를 만나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접하는 작가입니다. 이번 책이 11번째 책이라는데, 6년간의 세계 여행을 다녀와 첫 책을 펴낸 게 1996년이니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은 4편까지 나온 베스트셀러 이기도 합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넉넉한 집 출신이라 생각했었는데 13세에 부친이 사망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행’에 대한 환상 때문에, 자신이 여행가라 불리우는 걸 지극히 싫어했다고 합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바람의 딸’ 보단 ‘바람의 할머니’가 더 어울릴 듯 한데요. 결혼하기 전 60세 까지는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면, 이젠 배우자와 둘이 함께 하는 여행으로 변화 되었습니다.
총 4장 구성입니다. 1장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한 당신에게> 첫 꼭지 글이 인상적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주마로 키워진 말은 우리 생각과는 달리 걷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달리도록 길들여 지다 보니 그리 된 거라고 하는데요. 부상 등으로 경주에 못 나가게 되면 은퇴하고 승마용으로 재교육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 된다고 합니다. 도태 된다는 건 결국 살처분을 의미합니다. 안대를 쓰고 목표만을 향해 내달리는 삶에서 벗어나,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말처럼 천천히, 가볍게, 신책하듯 느긋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더불어 헛고생 하지 말고 값진 고생하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봅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낮시간 동안 부모로부터 방치 된 아이에게 공책과 색연필 세트 여벌을 더 주니 아이가 했다는 말인데요. “행복의 조건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며 지금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다”(55쪽)는 문장이 좋습니다.
이상적인 삶과 관련해 1)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속도, 내 방식을 존중하는 삶, 2) 내 성격과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즐기는 삶, 3) 하기 싫은 것은 이제 그만 내려놓은 삶, 4) 내 한계를 받아 들이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삶으로 명쾌하게 정리해 놓았네요.
2장 <세계 시민, 한비야 입니다>는 난민구호전문가로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합니다. 사례로 든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族 난민문제에 대한 국제기준 해법 세 가지(1) 자발적 본국 귀환, 2) 체류국 정착. 3) 제3국 정착)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아웅산 수치 여사 조차도 로힝야族 문제에 대해서는 학살과 억압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들었다는데요.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나부터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장 <힘든 여행은 있어도 나쁜 여행은 없다>는 지금까지 스스로 금기시 해 왔던 여행 그 자체 이야기입니다. 여행에 필요한 것은 1) 돈(재정), 2) 시간, 3) 체력(건강)과 더불어 4) 호기심으로 정리합니다. 앞 세 가지뿐 아니라 호기심이 포함된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다리 떨리게 하는 게 아닌, 가슴 떨리게 하는 여행의 묘미는 바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필수입니다. 제목처럼 힘든 여행은 있어도, 나쁜 여행은 없다는 말에 동의 한 표.
마지막 4장은 한비야 人生학교와 인생인연열차론 이란 글이 인상적입니다. 나이 들면 인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점에 백%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기 보단, 그 동안 잘 지내왔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할 때,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라 말한 이규경 시인의 詩 <용기>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시의 全文은 아래와 같습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인생의 경험이 늘어나서인지 예전의 책과는 결이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한비야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올해 60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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