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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by 짱구와짱아아빠 2023. 12. 18.

[고통 구경하는 사회]
부제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웨일북, 2023.10월, 볼륨 275쪽.




글쓴이 김인정님은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광주MBC에서 주로 사회부 기자로 10년을 근무했고, 공부를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네요.  이후 미국에 체류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생활하는 분입니다.  책 앞뒤 날개를 찾아봐도 작가 소개 한 줄 없는 불친절한(?) 책입니다.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구성 이였을까요? 일반적으로 책을 선택할 때 저자와 목차, 머리말 등을 주로 읽고 결정하는데,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네요. 10/22일 [일당백]에 저자분 직접 출연하여 이야기하는 내용을 접하고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대학 인턴기자시절 참관한 부검실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목격은 눈으로 직접 보는 일이고, 구경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일이다.  둘 다 보는 일이지만 목격이 가치중립적이라면 구경할 때 눈은 흥미거리와 관심을 찾는다”(25쪽).  이태원 참사 당시 개인들에 의해 생성된 걸러지지 않은 수 많은 현장 사진과 영상물들,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등이 사례로 나옵니다.

2장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인데요, 자연재해와 산업재해, 빈곤프로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날씨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다?  날씨로 인해 취약해 지는 건 가장 먼저 약자들이다.  자연재해인 악천후는 구경거리로, 재난현장은 정치적 포토월로 전락한다.”란 구절에선, 기온이 곤두박질친 요즘 날씨에 거리의 노숙자분 들과 냉골방에서 전기요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을 분들을 생각해 봅니다.  

“뉴스는 자주 이색적인 구석이 있는 죽음에 더 크게 반영하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고통에 대해서는 침묵한다”(95쪽)는 대목에선 하루 평균 6명이 사망하고 있는 산업재해현장을 다시 돌아보게 되구요.  이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완화하려는 현정부의 자세에 의구심을 가져봅니다.

“쉬는 걸 보이지 않아야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124쪽). 아파트 환경미화원들의 쉼터가 대부분 아파트 지하실에 마련되어 있는데,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지상으로 옮겨온 사례를 보도한 적이 있데요.  그런데 청소 도중 잠시 쉬고 있는 미화원들에게 보내는 일부 입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오히려 청소노동자분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접하며 당황스럽더군요.

‘3장, 나와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은 전쟁보도 기사를 다룹니다.  발생한 지 1년도 지나 지금도 계속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 기사를 보며 “참상을 기록으로 알리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고통의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 이라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145쪽)는 말에 공감이 가더군요.  전사자 수와 부상자 수에 만 관심 두지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4장에선 공적애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공적애도’란 함께하는 애도.  당사자가 아니라서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사적인 애도를 겪어 내는 이들을 위해 사회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야기 합니다.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에게 공동체가 함께 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공적애도라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만으로 면죄부가 주어져선 안 되며, 타인이라는 분절된 개인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공감이 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현재화 할 수 있다며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이 치유되고,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반드시 제대로 이루어 져야 함에 목소리를 높이시네요. 공적애도를 위해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야 한고, ‘우리’ 라는 주어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의미이구요.

제목인 ‘고통’ 앞에는 본인이 경험하지 않는 ‘타인’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시대에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작가분께선 이퀄라이저 입장에서 글을 써 왔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더 배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기자들은 소위 언론고시라는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집단입니다.  이들이 약자를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같이 한 번 생각해 보시게요.

“보이지 않는 고통은 구경거리도 되지 않는다”는게 더 문제.  보이지 않는 고통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래봅니다.

올해 117번째 책읽기.
#김인정  #고통구경하는사회  #타인의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