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미술관]
副題 :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한겨레출판, 2022년 8월, 볼륨 275쪽.

미술관련 책입니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 성수영 기자가 쓴 [명화의 발견 : 그때 그 사람] 독후록을 某밴드에 남겼더니 아이디 <우분트> 님께서 댓글로 추천해 준 책입니다. “권력이나 자본의 시각에 맞춰 서술 된 기존 미술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책”이라는 소개와 함께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집 근처 도서관에는 소장중인 도서가 없어, 상호대차 신청을 통해 입수해 읽은 책입니다.
이유리 님은 신문사 사회부 기자(초임기자 시절 누구나 사건 현장을 취재하는 사회部부터 시작)로 활동하다, 지금은 미술 분야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사학을 전공했고, 어학 연수를 위해 영국에 갔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원래 목적했던 영어공부 대신, 런던에 위치한 갤러리를 무수히 훑고 다녔답니다. 미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었던 모양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책들과는 달리 특이합니다. 기존의 미술관련 책은 작품해설 위주이거나, 그린 화가의 생애와 배경, 시대 상황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 책은 부제처럼 ‘그림 속 권력’ 이야깁니다. 창녀, 흑인(하녀나 노예), 장애인, 병자,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그림속에서 찾아냅니다. 특히 PART2는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성 노동자’라는 말로 성 착취를 정당화 하는 것에 대한 거부, 오래 된 자궁 혐오 역사에 대한 반기, 바람직한 여성상에 대한 거부, 가부장 사회에서 태어난 딸들로서 착취당하는 여성 노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당연히 그림을 통해서)
필자의 관심은 여성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직은 미숙한 상태인 아동에 대하여, 나이 든 노인들, 가난한 사람, 장애인, 신대륙의 발견이라는 미명하에 그 땅의 원주민에게 행해진 잔혹사와 파리 도심 재개발이란 기치하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처음 접하는 충격적인 내용(첫꼭지 글부터)들이 많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관심도에 따라 새로운 시각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음이 경이롭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참고문헌만도 95권에 달하니, 엄청난 공력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기울어진 미술관. ‘기울어진’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가장 잘 알려진 말은 ‘기울어진 운동장’일 겁니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요. 공정하지 않는(불평등한) 작금의 상황에서 공정함을 찾고자 하는 필자의 노력과 의지가 표현된 書名이지 않나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추천해준 분께 사의를 표합니다.
[蛇足]
책 모서리가 角지지 않고 손이 다치지 않도록 라운드 처리된 게 특이합니다. 다치지 않도록 배려함이 느껴집니다. 작은 배려 하나가 기분을 더 좋게 만드네요.
올해 17번째 책읽기.
#기울어진미술관 #독후기록 #이유리 #그림속권력이야기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