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진료 시작 시간은 9시. 한 시간 먼저 도착했음에도 원무과 대기번호가 32번 이더군요.
머리랑 흉추MRI촬영하고 검진 마치고 대학병원 진료의뢰서를 받은 시간이 점심때쯤인데 번호표가 850번대를 넘어섰더군요. 알게 모르게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은듯 합니다. 모두들 건강관리 잘 하시게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고 하잖아요. 아 제가 아픈건 아닙니다. 와이프가 아파 보호자로 동했했는데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받아야한다고하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이 책 1/3은 병원 진료 대기하면서 마무리한 책입니다. 아시죠?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다는거. 그래서 챙겨간 책입니다.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백혜선, 다산북스, 2023년1월, 볼륨291쪽.
피아니스트 백혜선님의 에세이입니다. 쓰신 첫 책이라는데 자신의 자서전은 아니고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말씀하시네요.
1965년 대구출신이며, 중학 2학년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여러 콩쿨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셨네요. 특히 1994년 세계3대 콩쿨로 뽑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쿨(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 열린답니다)에서 1등없는 공동3위를 차지하셨네요. 이 수상으로 1995년 서울대 최연소 교수(29세 임용)가 되어 10년 동안 봉직하다,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기위해 이혼후 어른 두 자녀를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 살아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부모님 모두 의사셨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셨네요.
요즘말로 일명 금수저. 이비인후과 의사셨던 아버지가 유학을 엄청나게 반대하셨다고.
그는 결코 스스로를 음악의 천재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합니다. 천재가 아니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끊임없는 연습뿐이였다고. 한 곡을 준비하기위해 단 한 번도 틀리지않는 연습을 백번 하셨다고 해요.(한 번 이라도 틀리면 횟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해요.) 백번으로도 부족할 때엔 연주 백 번, 머리속 연습 50회 총 150번을 연습해 무대에 오르셨다고.
어떤 분야에서건 대가가 되기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함을 보여주십니다.
'건반위의 철학자'라 불리우는 1930년생 러셀 셔먼과 변희경 부부를 스승으로 만나 평생을 배운게 자신이 50여년간 피아니스트로 살아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하시네요.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고 돌아간 미국에서, 투자 실패를 겪어 살던 아파트만을 남기고 모아둔 돈 전부를 날리고, 생계형 연주자로서 살아야 했답니다. 레슨비를 받고 학생을 가르치려한다면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유가 유명무실해지니 그것만은 허용할 수 없었다고.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두 아이를 전학시켰고, 엄마가 피아노를 치고 돌아다녀야 너희들이 사고 싶은것을 사줄 수 있다 자녀에게 협조를 당부했는데, 다행히도 엄마의 연습을 존중해줬다고 해요.
두 자녀는 모두 하버드대를 나왔대요. 아들이 대학 입학 에세이에서 자신에 대해 이렇게 쓴 구절을 자랑반 전하는데요.
"엄마는 늘 연주를 하느라 집을 떠나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음악에서는 쉼표도 음악의 한 요소인 것처럼 말이다"(267쪽)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고,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십년 동안 교수직을 맡았기에 누구보다 가진게 많았을거라 생각했는데, 연주자의 길을 가기위해 보장된 생활도 버린채 타국에서 도전하고 살아온 생활이 참 음악에 대한 고집스러움으로 느껴집니다.
이제 곧 60이 되고 70, 80이 되어도 들어줄 청중과 자신의 연주와, 제자와 후배들과 함께 음악의 길을 가시겠다는 바램으로 글을 맺으십니다.
그럽게 어렵게 연습하셨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듣습니다. 이곡은 작년 임윤찬군이 반클라이번 콩쿨에서 연주해 우승한 곡이더군요. 이 곡 들으면서 오늘 하루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올해 64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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