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
副題 : 한국 공직 사회는 왜 그토록 無能해졌는가?
노한동, 사이드웨이스, 2024년 12월, 볼륨 271쪽.

제목이 다소 과격합니다. ‘거짓말’, ‘무능’ 이란 단어가 자극적입니다. 공무원 사회를 지칭하는 말이 복지부동, 신토불이, 무사안일 등인데 여기에 불쉿 잡(Bullship Job(가짜 노동)이 추가되었습니다.
노한동 님은 1987년생으로 아직 마흔이 안 된 분입니다. 서울대 사범대 재학중인 201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였고(3차 면접에서 미역국을 먹는 바람에 2차만 두 번 합격), 군복무후인 2013년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되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근무하고, 2013년 서기관 진급과 동시에 퇴직(의원면직)한 이력의 소유자 입니다. 事實적 세계를 기록하는 글쟁이(작가)를 희망합니다. 이 책은 10년간 내부에서 직접 관찰한 공직사회의 무능한 일상과 좌절을 보여주는 에세이이자 르포입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2023년 연말 기준 약 117만명입니다. 이중 경찰이 14만, 소방이 6만, 교사가 36만으로 이 들을 제외하면 일반직 공무원은 약 56만명 입니다.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2%, 일반직 공무원은 1.1%수준입니다.
책은 4部 구성입니다. 1部 ‘공직 사회라는 이상한 세계’에서는 자신이 행정고시를 보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 ‘악의 평범성’, ‘더닝-크로거 효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이야기합니다. 평생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게 ‘정무적 감각’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는 내용과 공직사회가 끊임없는 면피의 세계임을 자신이 직접 담당하고 경험한 내용을 통해 실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2部 ‘영리해서 무능한 관료’는 “관료가 ‘나라를 위해 일한다’라는 말은 그저 그럴듯하게 포장된 거짓말에 불과하다. 예산의 진정한 목적은 관료의 생존과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있다”(116쪽)라는 문장에서 書名을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장관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장관의 현장 간담회는 업계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은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챙겨야 할 분야는 넓고, 전문성이 부족한 장관이 현장 간담회를 통해 듣게 되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 정책으로 실행되는데 근원적 한계가 있겠지요.
3部 ‘실패의 이유’에서는 정책 실패의 주된 요인으로 첫째, 관료제의 뿌리 깊은 무책임과 둘째, 단기적 성과주의로 요약합니다. “태풍만 잘 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공직사회의 관료는 반복된 학습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대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졸속 대책이 판을 친다”(226쪽)는 문장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1부에서 4부 까지가 문제 제기라면, 4部 ‘새로운 항로를 찾아’는 문제에 대한 담론 형성과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우리나라 관료들이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목표인데요. “정부의 유능함은 기업의 성공이나 정치의 선진화만큼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중 하나”(231쪽)로 의미부여 합니다.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공무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는 대목에선 공직뿐 아니라 조직이 비대해져 있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One Sheet Best!’를 외치며,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임원보고 자료를 끊임없이 만들었던 지난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서. 가독성이 높도록 한 장 으로 만든 보고서에 수 많은 문제점과 날카로운 대책이 핵심만 정리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연공서열 타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인다는 점이 특이한데요. 사람 위주로 일이 돌아가는 공직 사회는 소수의 혁신가보단 다수의 성실한 공무원을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인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지적합니다.
책을 쓰는데 만 1년을 공들였답니다. 책을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는데도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고요. “먹던 우물에 침 뱉지 말라”는 주변인의 조언도 수 없이 들었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이유는 “본인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데 실패했지만, 나의 실패를 딛고 누군가는 성공담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문 마지막 문장에, 젊음을 바쳐 일한 공직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이 책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합니다.
公務員. 국민의 公僕. 그러나 그들 또한 국민의 한 사람 임도 기억 하게요.
올해 33번째 책읽기.
#노한동 #가짜노동 #불쉿잡 #독후기록 #나라를위해서일한다는거짓말
# Bullship J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