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오고 11월도 하순으로 접어 들다보니 여기저기서 김장 소식이 들려옵니다. 집에 들어오는 마트 행사 알림 짜리시에도 해남산 절임배추 판매 안내도 실려 있구요. 저희는 아직 장모님 김장찬스를 사용하는지라 직접 담그지는 않는데, 자꾸만 연로해 가시는 장모님 모습을 보면서, 이 찬스를 언제까지 써야하나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김치는 좋아하는데, 직접 담그고 싶지는 않은… 그런 상황이랄까요?

디케의 눈물
조국, 다산북스, 2023년8월, 볼륨335쪽
오늘은 조국 박사님의 책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짧은 기간 법무무장관을 거치다 보니 정치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글은 정치적 색채없이 그저 책을 낸 ‘學人’인 조국박사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이 책은 2014년 6월 발간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전면 개정판인데요, 두 책을 다 읽어보고 비교해보니 절반 이상은 내용이 달라진, 그냥 새로 쓴 책이라 이해하심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1장과 2장에서는 검찰공화국이 들어선 과정과 대한검국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3장에서는 또 하나의 개혁대상인 재벌공화국, 경제 독재에 대한 비판과 나아갈 방향을, 4장에서는 공감하는 인간들의 연대로 노동자의 권익보호, 보편적 복지의 강화, 사회권의 보장이 있어야 민주적 자본주의가 가능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도 위태롭지 않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맺음말에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당사자로서 국민 앞에 뼈를 깎는 사과와, 중대한 본인의 잘못을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기어서라도 바른 길을 가려고 한다는 본인의 결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세세하게 정리해 보면,
1장과 2장에서는 법치를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로 왜곡하는 논리를 비판하며, 검치가 법치인 것처럼 호도되는 작금의 상황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더불어 現政權은 1) 윤석열 개인의 맹렬한 권력욕망, 2) 정치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수구보수 진영의 절심함, 3) 축소된 검찰권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검찰조직의 이해관계 등이 융합된 결과로 진단하는데요, 전 여기에 기존 민주당의 순진함과 공정에 대한 젊은이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그리고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경제분야 실정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의 먼지떨이 수사에 이어 투망식 기소가 바로 법을 이용한 지배의 대표적인사례이기도 하구요. 춘추전국시대 제가백가중 하나인 ‘법가’의 사상가 상앙과 한비자가 어떤 결과를 맞이하였는지는 스스로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2013.09.16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성녀 마르타의 집’을 방문,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라는 말씀도 꼼씹어 봐야 하구요. 그래서 반드시 주권행사인 투표 잘 해야하고, 제대로 투표 해야하고, 기만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게 아니라 촛불도 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법률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에 강자 또는 가진 자가 유리한 조건에 서게 됨은 분명하다.”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법학과 법률가는 중용을 취해야 한다. 중용의 中은 가운데가 아니라 ‘정확함’을 뜻한다.”는 대목도 밑줄 긋게 만드네요.
3장 재벌공화국 편에서는 경제 독재를 이야기하는데요. 권위주의 시대에 ‘빨갱이’라는 호칭이 인생을 끝장내는 낙인 이였다면, 지금은 ‘反기업’ 이라는 낙인이 이를 대체했다 지적합니다. 1987년 6월 항쟁이 한국의 정치적 환경을 바꾸었다면, 1997년 IMF 위기는 한국의 경제적 환경을 바꾸었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거죠.
“소수로의 부의 집중은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고사시킨다.”는 명제는 꼼씹어 봐야 할 문제인 듯 합니다. 그리고 삼성을 포함한 우리 재벌들에게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 재벌기업들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4장은 <공감하는 인간들의 연대>라는 제목입니다. 이전 3장까지가 법률과 제도로 개선해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리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때가 오도록 손 놓고 앉아있지 말고,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모두를 위한 세상을 꿈꾸는 일, 그 시작은 ‘공감’이라며,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협력하고 공생하는 인간)를 차용하시구요.
특히 2013년 중앙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비인격적 대우와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을 때, 중앙대 총학생회가 파업으로 인한 중앙대의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면서 이 문제는 중앙대와 관계없는 하청업체의 일일 뿐이라 공식 입장을 밝힌 사례와,
2022년 연세대에서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약 5개월간 학생회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이자 연세대 학생이 수업권을 침해 받았다며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한 두 사례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 실종된 가슴 아픈 사례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친노동 사회는 못 되더라도 殺노동 사회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구요.
맺음말은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구절 “지식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근본주의적 태도로써 그 모순을 초극하는 것이다.”를 인용하면서,
“국민 앞에 사과한다. 남 탓 하지 않으려 한다.”고 통렬한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가장 인상적 이였는데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지 못하면 뛰어라. 뛰지 못하면 걸어라. 걷지 못하면 기어라. 무엇을 하든 계속 전진해야 한다.”를 인용하면서, “등에 화살이 박히고 발에는 사슬이 채워진 몸이라 날지도 뛰지도 못하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내년 4월에 국회의원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입장 차이에 의해 이합집산할 상황이죠. 조국박사도 자의건 타의건 선거에 나올 수 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출마하지 않고 학인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야 훨씬 객관적인 분석과 우리들을 위한 방향 제시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에요.
올해 109번째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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