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락가락. 주간 일기예보를 보니 목,금 빼곤 내리 우산이 그려져있네요. 수해 입으신 분들 복구도 해야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십니다.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최성연, 위즈덤하우스, 2020년9월, 볼륨171쪽.
김민식님의 [외로움 수업]을 읽다 알게 된 책입니다.
이화여대 피아노전공, 한양대 대학원에서 연극전공.
연극배우, 희곡작가(2004년 한국일보 신축문예로 등단), 대학 시간강사, 마을교사, 요가인, 녹즙배달, 건물청소부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하셨네요. 2009년엔 쿠바에서 관광가이드로도 근무하셨답니다.
50세가 된 고학력 여성이 딱 일 년간 청소노동자가 되어 바라본,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깁니다.
청소부 일을 하게 된건 예술활동과 지식 보따리 장사만으로는 생활비랑 여행목적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고정적으로 돈을 버는 생계활동을 위해 시작하셨답니다. 구직과정에서 학력을 있는 그대로 기재했더니 연락오는 곳이 기획부동산과 보험영업쪽 뿐이라, 아예 마음먹고 고졸로 이력서를 고치셯다고해요.(회사 취업규칙상 학력위조는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데, 이곳에선 이를 문제 삼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렇게해서 면접보고 들어간 곳이 아트센터 청소부였구요.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 라는 코너에, 2019년5월11일 부터 "쓸고 닦으면 보이는 세상" 이라는 제목으로 열 편 정도 기사화되었고, 이를 모아 출간한 책입니다.
깨끗하게 청소해 둔 변기와 장소를, 사람들이 어지르는 모습을 보며 건물에 들어서는 사람이 다 밉상이고 화장실로 향하는 사람은 괜히 얄미웠다고 해요. 그러다 "청소는 사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에게 봉사하는 일인데. 내가 변기를 닦는 것은 변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타일렀다"는 대목에서 삶의 지혜를 하나 배워갑니다.
미화원이란 신분때문에 아트센터 공연팀들로부터 물건이 없어지면 맨 먼저 의심 받고, 대기실 청소할 땐 휴지 하나라도 그대로 놔두고 청소하는 장면에선 씁쓸해지기도 하구요.
"몸으로 하는 육체노동이지만 마음을 함께 쓰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화분 하나를 놓더래도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으며 "노동자는 사용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알고있으며 더 잘하고 싶어한다"는 부분에선 관리자와 작업자 사이에 존재하는 생각의 괴리를 보게 되네요.
일 년 동안 모으신 돈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자유롭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다녀오셨는지 궁금해집니다. 내용중 영국에 있는 브르더호프 다벨 공동체에 3주 정도 머무른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이와 유사한 곳에 또 가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저만의 상상도 해보구요.
잘 읽었습니다.
올해 63번째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