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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by 짱구와짱아아빠 2023. 12. 29.

올해 마지막 워킹 데이입니다.  어제 점심을 친한 선배님과 함께 했습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올해 100권의 책을 읽으셨다 하시더군요.  여행을 좋아하셔서 내년 5월에 동유럽으로 렌터카 자유여행을 계획중이라 시네요.  2025년 5월엔 산티아고 순례길 계획중이라 하셔서 같이 가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무작정 도전보단 국내에서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을 먼저 걸어보고 체력이 되는지 사전 점검해보고 결정하자 말씀하시네요.  여행에 동반자가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걷는건 혼자지만요..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21세기북스, 2019.05월, 볼륨 283쪽.

제가 좋아하는 분입니다.  이분 글을 읽으면 유쾌해집니다.  꼭 개그맨 같다는 느낌.  문화심리학자, 화가(일본화 전공),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이자 1.5톤 배를 소유한 선주십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도발적인 책 제목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에디톨로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 웬만한 책은 다 읽었습니다.  바우하우스 총결산으로 올해 나온 천 페이지가 넘는 [창조적 시선]은 그 두께에 눌려 200여쪽 읽다 야나기 무네요시 이야기 앞에서 일단 멈춘 상태입니다.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답게 100여개가 넘는 꼭지로 책을 쓰셨는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지 않더군요. 새해엔 다시 도전해 보려고요.

‘슈필라움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다셨는데, 놀이 + 공간의 합성어로 ‘여유 공간’으로 번역하십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이라 설명하시는데, 책은 지금 거주중인 전남 여수 남쪽의 섬으로 이사하면서 생각하고 경험한 내용을 조선일보 ‘김정운의 여수만만’이란 칼럼을 통해 연재된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하셨네요.

프롤로그와 엄청나게 긴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24개 꼭지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여수쪽 풍경사진과 본인이 직접 그리고 ‘오리가슴’이라는 낙관을 표기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 ‘오리가슴號’는 2018년에 구입한 1.5톤짜리 배인데요. 400만원에 구입하고 수리비로 900만원이 든 배입니다.  이 배 때문에 선박운행자격증도 따셨고요.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오리가슴은 ‘오르가즘’의 패러디 입니다.  교수님 이야기 보면 야한 구석이 꽤 많잖아요.  [남자의 물건]이란 책 이름에서 물건이 그 물건(?)을 지칭하는 줄 알았다가,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물건 이였음을 알고 적이  실망(?)했었거든요. ㅋㅋ

작업실로 만든 ‘미역창고(美力創考)’는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 사고를 한다”는 의미로 지으셨답니다.  이 미역창고가 교수님에겐 슈필라움 이겠죠?.

“”타인은 언제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를 되뇌어야 배신당하지 않는다”(28쪽)라는 구절에 눈길이 오래 머물더군요.  이건 배신이야 배신…

“관계과잉의 삶을 수시로 脫맥락화 해야 내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다”(89쪽)에선 인맥 다이어트를 생각하게 하구요.  이젠 넓은 관계보단 깊은 만남이 필요한 나이가 된 듯 합니다.  이 문장에 필이 꽂히는 걸 보면요.

후회를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하시는데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하면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평생을 간다는 말에도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내 스스로 아주 구체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좋은 삶은 결코 오지 않는다”(115쪽)는 거.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타인의 순서를 인정하고 기다릴 줄 알기 때문”(106쪽)이라는 이야기에선, 남의 말을 중간에 짜르면 안 됨을 다시 인식하게 되네요.

독일 리트와 첼로 음악, 미역창고에 만든 폼나는 서가는 많이 부럽네요.
아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읽어야 한다며 그래서 목차가 있는 것이란 주장엔 절반만 동의하면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하는 제 책읽기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2023년도 이젠 떠나 보내야 할 시점입니다. 올 한 해도 고생들 많이 하셨고, 밝아오는 용의 해에는 승천하는 용(亢龍이 아닌 飛龍)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 123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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