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생활을 80년대 후반 강원도 화천 말고개에서 했습니다. 11월 군번이다보니 겨울만 3번을 경험 했구요(당시는 30개월, 재수없이 유격도 3번 경험). 혹한의 기온을 경험했음에도 불구 오늘은 몹시 춥네요. 하루 종일 내리는 눈발도 해지면 쌓여 얼 듯 합니다. 년말 이다보니 이번주 송년모임이 피크입니다. 오늘도 생고기 집에서 한 잔 하는데, 창밖으로 내리는 눈발을 보며 한 권의 책을 읽었네요.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자기만의 시간 ‘갭이어’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안시준, 가나출판사, 2016.12월, 볼륨 294쪽.
‘갭이어(GAP YEAR)’라고 들어 보셨나요? ‘갭이어’란 학업이나 업무를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여행, 봉사,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책 읽다 처음 접했습니다. 1960년대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주로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1년 정도 갖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지은이 안시준님은 국내 무전여행 다섯 번, 30일간의 일본일주 무전여행, 16개월동안 5대륙 39개국으로 이어진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한국갭이어’를 2011년 12월 사회적 기업으로 세워, 현재까지 열심히 운영중에 있습니다.
책은 스무살에 시작한 무전여행에서부터,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도전한 세계여행,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갭이어 順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난독증이 있어 학습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대학 진학보다는 장사나 사업을 하고 싶어했답니다. 유명한 경영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 달간 가출 하기도 했고요. 첫번째 무전여행은 자전거 국내여행이였고, 겨울에 떠난 두 번째 여행은 추위와 준비 부족으로 15일만에 중도포기를 했답니다. 첫 여행에서는 용기를 배웠고, 두번째 여행에서는 멈출 때를 아는 지혜를 배웠다 복기하시네요. 한양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님이 사하라사막 달리기에 참여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중도에 포기하고 깨달은 바를 정리해 쓰신 [끈기 보다는 끊기]의 지혜가 연상됩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선택일 뿐이라는 자세도 느끼게 되고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자 대학을 자퇴하고, 세번째 국내여행을 히치하이킹으로 떠납니다. 차를 얻어 타야 되는데 실패를 거듭하였고, 운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성공율이 높아짐을 체감합니다.
한편으론 100킬로가 넘는 체중을 4개월만에 37킬로그램을 감량하셨다고.
30일간의 일본 무전여행을 다녀온 후, 세계여행에 돌입합니다. 비상금 200만원을 챙겨 첫 여행지인 캐나다로 출발했는데 현지에 렌트한 방 사기를 당해 고생한 사연, 돈이 없다보니 하루는 레스토랑 앞 쓰레기통 위에 놓인 베이글을 먹은 사연도 등장합니다. 이럴려고 캐나다에 온 게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 친구에게 SOS를 쳤고, 필리핀 친구로부터 여기로 와 일하라는 답신과 함께 비행기 티켓을 받고 필리핀행을 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알바하고 돈을 모아 지난번 실패했던 캐나다로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집을 빌려 셰어 하우스를 시작해 제법 큰 돈을 벌고, 중고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해 미국횡단에 돌입하지요.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라 긴장했으나 별 사고 없이 남아메리카로 여행이 연장됩니다. 남미여행에선 좌충우돌 여러 사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에콰도르에서는 탑승했던 버스 자동차사고 경험하고, 운전사에게 택시 강도 납치를 당한 일, 칠레에서는 강도 8.8의 지진을 만난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제는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유럽 첫 여행지는 스페인. 그곳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다시 이탈리아 베니스로 떠나 그 곳 현지에서 한국인들 대상으로 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여행을 이어 갑니다.
중간 부분에 여행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야 그곳의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며, 어떤 여행이 나에게 맞는 여행방식인지 꼭 생각해 보길 당부하네요. 패키지여행, 자유여행중 어떤 걸 선택할지는 취향의 차이라고. 탕수육 부먹이냐 찍먹이냐의 차이와 같네요. ㅎㅎ
여행을 할 때면 노트를 서너권 썼답니다. 경험도 기록하지 않으면 연기처럼 날아가니까. “세상을 돌아보고 아이디어를 얻자.”는 문장을 늘 새로 산 노트 첫 페이지에 썼답니다. 이런 경험에서 ‘한국갭이어’ 회사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중동을 거쳐 다시 아시아로 여행. 필리핀을 거쳐 홍콩에 체류하다 아버지의 급한 귀국 호출(호적에서 파 버린다는)에 장장 16개월에 걸친 해외여행이 예상보다 두 달 정도 이른 막을 내립니다.
파트3에서는 한국갭이어를 창립하게 된 이야기가 다루어 집니다. 귀국후 새로운 학교에 편입하고, 이번에는 무전여행이 아닌 돈 들인 일본여행을 다녀옵니다. 여행은 경험을 위해 떠나는 것인데, 무전여행만으로는 반쪽짜리 여행이였다는 말에 새로운 여행을 한 거죠.
졸업을 앞두고 취업할 지 창업할 지 고민하다, 2011년12월 자본금 단돈 3만원에 사회적 기업인 한국갭이어를 창립합니다. 사업기획서를 통해 열매나눔재단 공모사업에 선발되어 명동에 사무실을 얻게 되는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난관이 들이 닥칩니다. 유명 의류 브랜드인 <갭>이 상표권사용에 대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이의신청을 해옵니다. 이에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시작 되었고, 결국엔 주변 도움을 받아 양측 합의하고 한국갭이어라는 이름을 지키게 되었다고.
이렇게 출발한 회사에서 야심차게 진행한 프로그램들이 연거푸 폭망합니다. 두번째, 세번째 프로그램도 망하고, 삼세판이라도 이 정도 되었으면 포기할 만도 한데, 지속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갑니다. 후미에 말하지만 '맷집'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꿈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인상적인데요. “앞으로 뭐하고 싶으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회사를 경영하고 싶어요”라 대답했더니 되돌아 온 말. “꿈이 그렇게 작아서야 쓰냐. 기왕이면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이 되어라.” 한 사람의 말이 다른 이에게 얼만큼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됩니다. 추억을 되 돌려보면 이런 말씀을 해주신 은사님들이 분명 한 두분은 계실텐데, 다만 시간이 너무 흐르다보니 미쳐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지금(2016년 기준)까지 약 300여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랍니다.
파트4는 직접 읽어보시구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다보니 이러다 책 판매에 도움이 안 될텐데하는 생각을 잠시 가져보았습니다만, 나온지 7년이 넘은 신간이 아닌 책이다보니 차라리 이 방법을 통해서라도 갭이어를 알리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하는 나 자신만의 합리화 논리를 가져 봅니다.
저자분 세바시에도 나와 15분짜리 강연을 하셨네요. 유투브를 통해 찾아 들어봤는데, 꿈을 이루려면 3가지가 필요함을 이야기 하십니다. 시간, 환경, 그리고 이를 실천할 용기가 바로 그 것 인데요. 이 3가지를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라며 한국의 청년들이 원하는 삶, 행복을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되는 일을 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갭이어. 말 그대로 인생에 '틈'을 갖는 시간. 여행은 세상 공부다.
올해 118번째 책읽기.
#여행은최고의공부다 #안시준 #갭이어 #한국갭이어 #독후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