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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by 짱구와짱아아빠 2025. 2. 5.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김중혁, 안온, 2024년 9월, 볼륨 519쪽




연휴 마지막 날에 읽기 시작해 오늘에서야 마무리 한 책입니다.

김중혁 님은 1971년 김천生 소설가입니다.  2000년에 등단해 많은 책을 냈는데, 저는 이 책으로 작가 분을 처음 접했습니다.  책에는 생각을 남기는 77편의 영화 에세이가 실려 있습니다.
책을 읽는 데는 최소 사흘은 걸리는데 반해, 영화 한 편은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한 방에 관통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작가에게는 교재이자 참고서라 평합니다.  “영화는 내게 계단이고, 통로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통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영화는 내게 목적지가 아니라 환승역 이였다”는 고백에 이 책을 내게 된 이유가 담겨있네요.

77편의 영화 이야기.  한 편의 영화 글을 완성하는데 작가는 자료 조사 시간 등을 제외하고, 글만 쓰는데 보통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린다는데, 77편이니 385시간, 한 숨도 자지 않고 꼬박 16일간 작업해야 가능한 분량입니다.  77편 영화중(실제 언급된 작품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제가 본 영화는 고작 8편 뿐입니다.  <돈 룩 업>, <리틀 포레스트>, <미나리>, <자산어보>, <콘크리트 유토피아>, <탑 건 : 매버릭>, <헌트>, <헤어질 결심>.  책을 읽다가 보고 싶어지는 영화도 몇 편 생깁니다.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언더그라운드(2021)>와 100미터 단거리 선수 3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스프린터(2023)>가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유명 대사보단, 감상을 써 내려간 작가의 글이 더 살갑게 다가옵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메모한 문장을 두서없이 공유해 봅니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答이 아니라 質問이다.”(65쪽)
“절대 포기하지 마라.  꿈을 좆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수영은 고독한 스포츠 같지만 팀이 필요하다.”(70쪽)
“우리를 웃게 하는 건 대단한 승리가 아니다.  승리를 위해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소소한 기쁨이다.”(70쪽)
“그 자리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쓸모다.”(160쪽)
“솔직하지 못한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176쪽)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살기에 누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고 비교할 수 없다.  그냥 각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 뿐이다.”(200쪽)
“포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212쪽)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242쪽)
“당신의 전성기를 과거에서 찾을 것인가? 아니면 현재나 미래에서 찾을 것인가?”(299쪽)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325쪽)
“우리는 때로 우리 삶의 고고학자가 되어야 한다.  과거를 땅에 파묻지 말고 발굴해 그 의미를 계속 되새겨야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과거를 눈 여겨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발견할 때가 있다.”(331쪽)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대신 애써야 해.” 할머님의 말씀.
“목소리란 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것이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것이다.”(408쪽).
“우리가 선택한 역할에 핑계를 대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주연도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일 수 밖에 없다.”(513쪽)

앞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쏟아지고 있네요.  엘사의 겨울왕국이 되려나 봅니다.
영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독을 추천 드립니다.

올해 10번째 책읽기

#김중혁  #영화에세이  #독후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