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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주역. 강기진.

by 짱구와짱아아빠 2023. 12. 13.

수년째 매일 밤 한 시간씩 걷고 있습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처럼 심하게 걷는건 아니구요.  다른 분들은 걸으면서 사색한다고 하는데, 저는 ‘팟빵’을 통해 지난 라디오 방송을 듣습니다.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 <알릴레오 북스>, <세바시>, <일당백>을 주로 듣는데요.  이 방송을 통해 인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이야기, 신간 서적, 고전 등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작은 희열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역시 이 방송을 통해 접했습니다.  




[오십에 읽는 주역]
팔자, 운세, 인생을 바꾸는 3千년의 지혜.
과거를 바꿔야 미래가 바뀐다(오십 이후 大運을 부르는 최고의 경전 25수)
강기진, 유노북스, 2023.10월, 볼륨 275쪽

제 나이가 50대라 그런가? 요즘 書名에 ‘오십’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책이 유독 눈에 띕니다.  주역(역경)은 사람의 나이 오십을 “‘인생의 황금기’이자 이제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삶을 살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역경은 ‘역에 대한 경전’으로, 여기서 易은 세상 만물의 전개 법칙으로 해석됩니다.  공자의 韋編三絶 고사,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읽었다”는 책이 바로 역경입니다.  흔히 점치는 책으로 알고 있는데, 유교와 도교에서는 최고의 경전으로 대우 받는 책이라는 점은 기억해 두시게요.

글을 쓴 강기진님은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나오셨네요.  학력고사 성적이 좋아 얼떨결에 가긴 갔는데, 본인의 체질이 소음인이라 필이 꽂히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스타일이였고, 법학은 관심사가 아니였데요.  경제학 강의를 듣다 경기주기이론에 끌렸고, “음과 양이 순환하는 게 도”라는 ‘一陰一陽之謂道’구절에 사로잡혀 평생을 주역 공부를 해오신, 역술가이자 사상체질연구소 소장입니다.  서강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셨네요. 동마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상체질과 마음건강>이라는 어플을 잠깐 소개하시는데요, 깔고 테스트해보니 저는 ‘태음인’이네요(진단은 무료, 솔루션은 유료입니다).

1장은 오십의 運命, 2장은 오십의 省察, 3장은 오십의 徑輪, 4장은 오십의 마음으로 구성되었고,  경전 구절중 가려 뽑은 25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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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눈길을 잡은 구절이 여러 군데 있는데요,
첫째, 過慾. 넘치는 마음. 亢龍에게는 후회가 따를 것이라 경고하는 구절입니다. 항룡은 쉽게 말해 ‘과욕을 부린 용’으로, 亢龍有悔,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후회하게 된다.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는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으면 실패하여 후회하게 된다는 비유입니다. 불행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성취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과욕을 부린 사람으로, 오십대가 自足하는 삶을 산다면 좀처럼 큰 불행이 닥칠 일은 없다 말씀하십니다.

둘째, ““나는 무엇 하러 여기에 왔나?” 하는 질문을 ‘근본 질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다른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 이였어요.  成性存存. 性을 이루고, 있어야 할 것을 있게 하는 것.  불교에서의 見性에 해당된다 설명하시며, 章이란 결국 나의 인생을 무엇이라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라 하십니다.
원효대사의 一切唯心調.  일체의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를 설명하며, 결국 오늘 먹은 나의 마음이 오늘은 물론 과거와 미래를 모두 바꾼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무엇이든 거저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간의 성숙 역시 나이를 먹고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우주의 장은 누구도 아닌 나인 것이며, 사람은 전반생을 거친 후 후반생에 이르러 정신의 삶을 사는 것임으로 오십의 나이쯤이 되어서야, 살아 온 인생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고 해석함으로써 후반생을 잘 살고, 전반생의 과거를 바꿀 수 있다네요.

.세째, 중심을 갖고 살아야 함도 다가왔는데요.  과욕에 의한 항룡의 추락이 오십 대에 흔한 첫 번째 실패 유형이라면, 두 번째 실패 유형은 ‘그냥 이대로 살지 뭐’ 유형이라며, 사람은 하늘에서 비롯되었으니 올바로 중심잡고 살라십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연상되구요.

넷째, 밈음과 사귐에 대한 내용입니다.
“거듭 구덩이에 빠지는 상황에 처할 지라도 첫째, 믿음을 갖고, 둘째, 마음의 벼리를 지탱해 낼 수 만 있다면 형통할 것이다”며 믿음을 강조하시네요.
사귐에 있어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을 만나라.  친구에는 友와 朋이 있다.  友는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손을 잡고 걸어갈 만큼 친한 사이를 이른다. 예를 들자면 소꿉친구, 놀이친구 등이 友이다.  朋은 단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아니라 나와 同流인 벗을 표현하는데, 특히 나와 같은 정신적 지향을 지닌 사람을 칭한다.  오십에서 권하는 벗은 朋이다...
“오십은 같은 도의 길을 걸어가는 다른 도반을 사귀는 것이며, 동일한 믿음에 기초한 벗을 얻는 것이다”는 부분에 밑줄 쫙 긋게 되네요.

다섯째, 역경에서 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주인공인 君子(나 자신)가 大人, 小人, 匪人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匪(아닐 非가 아님에 유의)人은 사람이 아닌 사람을 이르는 것(인간 같지 않은 사람)으로, 비인과는 말을 섞지 않는 것 이외 다른 어떤 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역경에서 보는 世界觀도 특이한데요.  이 세상이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상경의 세계’와 ‘하경의 세계’, 둘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匪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세상이 ‘상경의 세계’요, 태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세상이 ‘하경의 세계’로 볼 수 있다(상경과 하경이 우리가 가진 상식과는 반대라는 점에 유의)면서, 신뢰할 만하지 않은 사람(비인)을 신뢰하여 나의 진심을 드러내면 기 막힌 꼴을 당할 수 있으니, 상경의 세계에서는 예와 의리가 아닌, 에티켙 정도만 지키며 살아야 한다 당부하십니다.

작가님께서 쉽게 해설해 주셔서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주역이 어려운 책이라는건 다들 아시죠?  대신 3천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꾸준하게 읽히는 책으로, 좋은 책임은 이미 검증되었으니, 인생을 살면서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한 번 읽고는 알 수 없지만).
오십.  경험이 쌓인 나이.  죽음과 건강도 피부로 느끼는 나이. 그래서 인생 오십은 인생의 절정기요 황금기다라는 주역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일은 ‘내가 나를 몰라주는 것’”이랍니다.
스스로를 알아가는 그런 오늘 하루가 되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올해 115번째 읽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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