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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수업. 김민식.

by 짱구와짱아아빠 2023. 7. 14.

수도권엔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제가 사는 남부지방엔 잔뜩 흐리기만했어요. 덕분에 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열렸는데 기세 좋게 6연승을 달리던 기아가 삼성 뷰캐넌의 공에 힘 한번 못쓰고 졌네요. 요럴땐 5회이전 폭우가 내려 노게임 선언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해요.



<<외로움 수업>>.
김민식, 생각정원, 2023년1월, 볼륨295쪽.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이세요. 나이도 비슷하고 책읽기랑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 취향도 비슷하구요.
2020년11월10일 [한겨레]에 실은 컬럼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으며, 24년 몸 담았던 MBC를 같은해 말일자로 명퇴를 하고 백수로 칩거합니다. 그후 약 2년간의 반성의 시간을 거쳐 올해 1월에 이 책으로 우리곁으로 다시 돌아오셨네요.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고, 지난 5월22일엔 광주서구청에서 저자 초청강연 자리가 있어, 강의 듣고 친필사인이 담긴 책도 한 권 선물받았거든요. 기념사진도 같이 찍었구요.

책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의반타의반으로 백수가 되다보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생겼대요. 사고친게 있는데다 본인 스스로가 남들과 사교적이 아니다보니 혼자 있어야할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고.  그래서 외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이 시간들을 통해 자신과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제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두가지 큰 주제는 행복과 친구에 대한 내용이였답니다.

"행복은 그저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최인철 교수님 말과(114쪽)

"이것이 인생이구나! 인생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뒤통수를 친다. 삶은 그냥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고 잠깐씩 행복한 거로구나"(291쪽)라는 구절이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상식을 부숴 버립니다.


"'절친'은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다"(205쪽)

"인생을 되돌아 볼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볼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210쪽)

"결국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집중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193쪽)는 말에서 친구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늘 유쾌하시고 유머코드가 넘치는 작가님.
책 중간에 영화 [칠곡가시나]들에 등장하는 박금분 할머님의 시 [화투] 일부가 실려있는데, 전 읽으면서 포복졸도하는줄 알았답니다.

"고맙다 화투야
오백원만 있으마 하루 종일 즐겁다.
내가 영감보다 낫다."

화투가 남편보다 낫다니.  이런 소리 안들을려면 와이프한테 평소에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봅니다 ㅎㅎ

다독가인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책에 인용된 읽어보고싶은 여러권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용된 책들이 너무 많아, 호기심에 엑셀로 제가 정리를 해보니 약 59권 정도 되더군요(맨 마지막 사진 참고). 제가 이걸 정리하다니 정말 시간이 많았던거죠.ㅠㅠ
이중 김재환 감독님의 [오지게 재밌는 나이듦]과
최성연님의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는 꼭 읽어보려구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을 인용하고 연결해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잘하면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답니다.

이 책에 나와있진 않는데, 작가님의 블로그를 보다보니 전MBC 아나운서였다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김소영님의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를 읽고 독후기록을 남기신게 있던데, 여기에도 '외로움'에 대한 정의가 있더군요.

"외로움이란 주변에 사람이 없는 데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어느 누구에게든 편하게 털어놓고 말할 수 없는 데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구요.

김작가님은 글 말미에 외로움이 찾아오면 반갑다고 하겠답니다.  외로움이 찾아온 지금이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온거라 이야기하면서요.

외로우신가요? 그럼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시길.

올해61번째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