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가을입니다.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 해바라기를 하다 텅빈 화분 하나를 만났습니다. 아직 흙조차 채워지지 않은 화분. 여기엔 어떤 식물이 심길지 상상해봅니다. 텅빈 화분을 무언가가 채우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뭘로 채워야할지 생각해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해냄, 2023년4월, 볼륨343쪽.
강남 한복판에 '최인아책방'이란 문화공간을 2016년 열고, 인생 3막을 살고있는 전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이자 광고쟁이인 최인아님 에세이입니다. 84년도에 입사하셨으니 저보다 10년 선배님이시네요(나이 말고 입사로).
책 제목은 ["원래는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로 하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 생략했다고. 진화학자 찰스 다원선생님의 적자생존에는 반하는 제목입니
책은 크게 일과 삶.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 일에서는 일, 성장, 브랜딩, 태도를 각 한 장씩 다루고있는데요. 핵심은 '관점'과 '태도'입니다.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희소하고도 귀한 자원이니, 시간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열심이라구요.
2부 삶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 피봇팅,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서문에서 "길을 찾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책을 쓴 보람이 충분하겠다" 하셨는데, 전 이 책을 간절하게 읽었답니다. 요즘들어 왜 사는지,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중이였거든요.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고있진 않지만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방법과 혜안을 주신거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공감되고 인사이트를 주는 구절들이 많았는데요.
"주인의식을 가지라는건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게 아니라 자신의 일에 주인이 되라는 의미"(73쪽)
"브랜딩이랑 R(리얼리티, 실제)과 P(퍼셉션, 인식)의 관계"라는 해석에 무릎을 치게 만드네요. 내가 고객이라면 기꺼이 나라는 브랜드를 선택할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구요.
이만수 선수가 했다는 "레전드는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 사력을 다해 최선을 다한 선수"라는 대목에선, 늘 공을 치고 1루 베이스로 전력을 다해 뛰어가던 양준혁선수의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얼마전 끝난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사력을 다한 선수들이 레전드 칭호를 받아야 마땅 하구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도 신선했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을 땐 이것저것 많이 물어 보잖아요. 집앞 분식집에서와는 달리 말이죠.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할 때 하게 되는거랍니다. 그래서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보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십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단추는 응시하는거"라는 김영민교수님 말씀도 인상적인데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일단 글로 적어보래요. 그래야 정리가 된다고.
"전문가란 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 분야에 대해 심도깊은 지식과 폭넓은 경험이 있어서 자신을 찾아 온 사람들의 문제를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그에게 맡기면 문제가 해결되는가?가 핵심으로, 일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라"(264쪽)에선 제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전문가로 걸맞는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보고 반성하게 되네요.
"산을 즐겨 찾으면서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훨씬 힘들다는 것을. 혹시 넘어지더라도 오르막길에선 무릎만 까지고 말지요. 내려오는 길에 넘어지면 구르거나 발목을 삐거나 상처가 깊어요. 그 누구도 내려가는 길을 피할 수 없다는걸 깨닫고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큰 위로는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 때가 아니던가요-"(313쪽)에선 위로 받는 느낌이였습니다.
"바다가 있는 한 파도는 늘 치듯이, 우리가 인생을 사는한 힘들고 어려운 일은 겪게 마련이다"는 구절도 위로가 되구요. 엊저녁 지원했던 회사 연구원모집에 최종탈락 문자를 받은 아들에게도 조용히 이야기해 주고 싶은 문장이였어요. 그래서 힘내라고 아들에게 용돈을 송금했지요 ㅎㅎ
서울대 이정동교수님 등 공과대 26명이 공저자로 참여한 [축적의 시간],
김희애, 유아인 주연의 2014년 jTBC에서 방송 된 [밀회]라는 드라마는 찾아 읽고, 보려구요.
파주 헤이리에 위치했다는 방송인 황인용님이 운영하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도 가보고 싶구요.
아. 우선 작가님 운영하시는 최인아책방 방문이 먼저일듯.
사족.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재임하던 2002년, 교육부 장관이였던 에스텔 모리스가 스스로 장관직에서 사임했답니다. 경질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직이였다는데. 이유가 신선했데요.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기엔 자신이 무능하다 판단해 물러났다고.
요즘 모 장관으로 지명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이 그 자리에 적임인지, 능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기 보단, 자리를 탐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문회 줄행랑을 하고선 국회내에 있었으니 국회CCTV를 까보자 말하는 사람도 있구요. 인사가 만사라는데.ㅠㅠ
오늘 재보선 선거일이라는데...저녁에 결과가 궁금해지네요.
올해 97번째 읽은책
#독서기록 #최인아 #내가가진것을세상이원하게하라
#최인아책방 #관점과태도 #관점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