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정우철, 페이지2, 2024년 12월, 볼륨 295쪽.

정우철 님은 도슨트 입니다. 굵직굵직한 전시회 해설을 맡았고, 생김새도 아주 잘생긴 분입니다.(역시 사람은 일단 잘 생기면 절반은 먹고 갑니다) 전시회장에 찾아온 관람객들을 그림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전시해설가界의 큐피드’이자 스토리텔링을 통해 작품 해설을 하는 ‘친절한 해설가’입니다. 저는 작년 9월에 출간된 [화가가 사랑한 밤]이란 책을 통해 이 분을 처음 접했는데요. EBS교양 클래스에서 페이지2 출판사와 함께 발간중인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리즈物로 출간되었네요.
畵家는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예술이란 우리가 공부해야 할 이론이나 학문, 외워야 할 사조가 아닌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또는 슬픔과 관련 있다”며 예술가의 인생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냅니다..
책은 이중섭부터 미켈란젤로까지 총 21명의 화가를 다룹니다. 한 분 한 분을 따로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명 혹은 세 명씩 짝을 지어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구성입니다. 이중섭과 모딜니아니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술과 사랑, 짧은 인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네요. 박수근과 고흐는 밀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모네와 르누아르는 행복에 집착한 예술가로 설명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한 번에 다가오는 기쁨이 아니라, 작은 기쁨의 반복이다(98쪽)”이라는 문장에 공감하게 됩니다. 행복을 계속해서 그리다보면 언젠가는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행복에 물들게 되겠죠?
29살이란 나이 차이에도 우정을 나눌 수 있더군요. 클림트와 에곤실레가 그 주인공 인데요. 이 둘은 스페인 독감으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이 차가 많은 우정을 이야기하자면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편지로 성리학을 논한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25살 차이를 극복하고 학문적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건 동료로서의 상호존중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했겠지요.
에나 모리 모지스와 루소는 인생에서 늦은 나이란 없음을 이야기하는데요. 모지스는 가난한 가정 형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젊어서는 가정부로 결혼 후에는 자녀 양육에 매진하다 나이 76세에 이르러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88세에는 ‘올해의 젊은 여성’에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誌 표지 모델로 선정됩니다. 101세에 사망하셨는데, 100세에 그린 그림이 약 200점이라고 하니 제대로 된 노익장을 과시하신 분입니다. 오늘이 제 생일인데 이 분에 비한다면 아직 무슨 일이든지 시작할 수 있는 젊은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앙리 루소가 22년간 세관원으로 근무하고 주말에만 그림을 그리다, 49세에야 전업 화가가 된 사실은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잘 알려진 이야깁니다.
젠델레스키, 수잔 발라동, 프라다 칼로는 여성화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이들의 활동은 제약이 많은 환경을 극복한 철의 여인들이라고나 할까요? 추상화의 개척자이자 선구자인 칸딘스키와 클레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재직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뭉크와 키르히너는 표현주의의 거장으로 서로를 비교합니다. 키르히너와 앙리 루소에 대해서는 정우철 님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전편과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조각한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이야기에선 끌로델을 3重 희생자로 바라보는데요. 남성 중심 시대의 희생자, 사랑의 희생자, 그리고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입니다. 정신병원에 30년간 입원했고, 끝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가, 사랑의 배신을 극복하고 조각에 전념했다면 과연 어떤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상상해 봅니다. 마지막 장에선 르네상스의 두 거장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라는 걸출한 천재 이야기로 책을 마감합니다.
금요일 행사가 있어 ‘물의 도시’ 충주 가는 버스 안에서 일독을 마무리한 책입니다. 제가 사는 빛고을 광주에서 충주로 가는 버스가 하루 딱 세 편 왕복하더군요. 증평을 거쳐 충주로 가는데, 편도로 3시간 반이 걸립니다. 이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올해 읽은 미술관련 책으로 아홉 번째 책입니다. 미술에 너무 편식하는 건 아닌지 다소 걱정되네요.ㅎㅎ
복잡한 일로 머리 아프실 때, 차분해 지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올해 22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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