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져도 동그라미 입니다]
김창완,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3월, 볼륨 295쪽.

맞습니다. 생각하신 그 가수 김창완 님의 에세이입니다. 1954년생으로 서울대 잠사학과를 나오셨네요. 시대상을 반영해선지 지금은 없어진 학과입니다. 윤석열式 나이로 70세. 1977년 데뷔했고, 지금도 노래를 하고 계십니다. 배우로도 활동하시고 23년 동안 SBS 파워FM에서 아.침.창(<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을 진행해 온 라디오DJ입니다. 이 방송은 올해 3/17일 종방 하였는데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이네요. 죄송하지만 전 한 번도 듣질 못했습니다.
아.침.창. 오픈 멘트를 모은 글입니다. 글들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대부분 짧습니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네 편과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 교지에 실었던 장문의 문장도 있습니다. 23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성실성 만큼은 보증하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와인과 우정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83쪽).”는 문장을 읽으며, 나이듦을 상징하는 주름살 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늙어가는 게 아닌, 성숙해 가거나 익어간다는 느낌으로요.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졸업(1967)> 이야기를 접하며, 대학 신입생 시절 미팅했던 약대생이 떠오릅니다. 지방라디오 방송에서 영화 시사회 초대권을 준다기에 정성껏 엽서에 사연을 적어 보내 초대권을 확보했거든요. 그 초대권으로 같이 본 영화가 바로 졸업입니다. 이 친구는 졸업후 대학병원 원내약국으로 들어갔다는데, 늘 그 병원을 다니면서도 우연히라도 마주친 적이 없으니,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까지 였던거 같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전 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만 황국 신민을 양성하기 위한 곳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어 초등학교가 좋습니다) 방학 때면 어김없이 그리던 동그란 시계모양의 생활계획표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하루도 제대로 지켜본 적 없는 생활계획표를 짜느니 그 시간에 아침 체조를 하라는 작가님의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지금 생각해보니 휴식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보다 더 많이 그렸어야 했네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랑 결혼하겠냐 물어보면 대부분은 ‘아니오’라 답하지요. 그럼에도 우리 집사람은 일초의 망설임 없이 저랑 다시 결혼하겠답니다. 저를 너무 사랑해서요? 음… 글쎄요. 아마 속 썩인게 한두번이 아니니, 그 복수를 하겠다는 대답인지 모르겠네요.ㅋㅋ 결혼하는 단서 조항으로 단, 성별을 바꿔서태어난다면 이라니 모골이 송연해 집니다.
작가님은 이 책 말고도 꽤 많은 책과 동시집, 그림책도 내셨더군요. 양희은 님의 두 권의 에세이 만큼은 제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만, 70 평생을 살아오신 분의 글이니 허투루 들을 말들은 아닙니다.
“추억을 빼면 인생은 빈껍데기 입니다(274쪽).”는 문장을 접하며, 생물학적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꿈을 먹고 살면 젊은이고, 추억을 먹고 살면 노인이라는 이야기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억이란 결국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의 흔적이기에 꼭 나쁜 것 만은 아닐 거라서요.
3월에 아침 방송을 떠나고, 4개월 만인 올해 7월29일 같은 방송국 라디오 러브FM <6시 저녁 바람 김창완입니다>로 시간대만 변경하여 다시 돌아오셨네요. 이 방송은 시간내 함 들어 봐야 겠어요.
올해 6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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